[인터뷰] <좋은 사람> 정욱 감독 - 의심과 믿음 사이
동문소식
2021-10-06 10:33: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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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믿음 사이,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13기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인터뷰 • 〈한국영화〉 편집팀


정욱 감독



 

최선의 결과에 대해 고민하길
 

첫 장편 영화가 극장 개봉을 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 받을 때도 정말 떨렸는데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고 하니까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직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그런 것 같다.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GV를 할 때도 관객분들이 저를 감독이라고 부르는 데 무척 어색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극장 개봉도, 감독이 된 것도 곧 적응할 계획이다.(웃음)
 
감독으로서 관객 반응이 가장 궁금할 것 같다. 리뷰를 찾아보는 편인가.
 
꼼꼼히 보는 편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좋든 나쁘든 받아들인다. 다행히 영화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고 이야기가 너무 무겁다고 한 리뷰도 있었다. 나 역시 영화를 만들면서 ‘좋은 사람’에 대한 질문을 안고 시작했는데 같은 심정으로 영화를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리뷰를 보면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고 다음 작품도 빨리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좋은 사람〉은 주인공 경석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매우 입체적인 이야기인데, 시나리오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무렵,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안 좋은 소식이 나왔다.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들과 다를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지갑이 없어지고 경석의 딸이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각성한다는 정도의 줄거리만 썼다. 에피소드나 대사는 경석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만들었다. 경석은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양한 면을 갖고 있듯이 음주 문제로 이혼하고 딸과도 잘 지내지 못한다. 경석은 실패한 사람이지만 관계나 상황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을 겪으며 무너진다. 하지만 적어도 경석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김태훈 배우 등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쓰던 어느 날 김태훈 배우가 떠올랐다. 〈설행_눈길을 걷다〉(2015)에서 김태훈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경석을 김태훈 배우로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더니 막히던 부분도 풀렸다. 완성한 대본을 김태훈 배우에게 건넸는데, 처음에는 고민을 하시더라.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서 내가 경석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설득했다. 다행히도 김태훈 배우를 비롯해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등의 배우가 출연을 확정 짓고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촬영 때, 감이 잘 안 오더라. 장편은 처음이다 보니 미묘한 감정선을 설명할 때 어렵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내가 조금만 설명해도 배우분들이 감을 잡고 다양하게 연기하면서 영화의 톤을 맞춰갔다. 배우들에게 의지하면서 촬영했고, 역시 프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은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의심이 들 때, 사람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는 사람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두 가지로 나누려고 하지 않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문제를 겪게 되는데 선택과 최선의 결과에 대해 고민하길 바랐다.
 

 

 
KAFA에서 쌓은 시간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 장편과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언제 입학했나.

좋은 사람〉은 장편 13기로 만든 작품이고, KAFA는 정규과정 31기로 입학했다. 연극 연출을 지망하던 누나가 고등학교 시절, 스태프로 참여한 연극을 보고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후 영화과를 진학했고 KAFA는 졸업하고 난 뒤에 동기였던 형이 입학하는 걸 보고 따라서 지원했다. 포트폴리오는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Family〉라는 작품을 졸업작품으로 냈다. 입학하면 최신 장비를 쓸 수 있고 지원도 해준다는 게 신기했다.
 
KAFA 과정을 통해 어떤 부분에 도움을 받았나.

돌이켜보면 모든 수업이 다 좋았다. 시나리오 멘토링도 그렇고, 쉽게 만날 수 없는 감독님과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정성일 교수님 수업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하지만 수업이 워낙 빡빡하게 진행되다 보니 공부하고 작품 만드는 게 쉽진 않았다. 경쟁과 크리틱 과정을 겪으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감독이 되고파
 
코로나19로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독립영화도 예외가 아닌데,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인류가 위험한 상황이라 관객들에게 극장에 와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심경이 복잡하다. 하지만 대작이 미뤄지고 있는 것과 별개로 독립영화는 더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 영화산업은 침체되고 있지만 작은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것 같다. 팬데믹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극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극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체험을 관객이 잊지 않길 바란다.

다양성 영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상에 필요한 ‘진짜’ 이야기는 다양성 영화에서 하는 것 같다. 상업영화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고, 작은 영화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듯이. 100편의 비슷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다면, 단 하나의 다른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사람들의 편견을 비트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큰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보다 일상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해관계를 다루고 싶다.

관객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만의 색깔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해도 내 영화라는 걸 관객이 알았으면 좋겠다.


※ 본 기사의 원문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한국영화> 135호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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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링크)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ublishDetail.do?boardNumber=40&flag=1&pubSeqNo=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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